본문 바로가기
제이의 작은 영화관

영화 <파묘>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이야기

by 김제2 2024. 6. 15.

영화 <파묘> 영화 포스터

수상한 무덤과 여우 음양사를 둘러싼 영화 [파묘] 정보 및 줄거리

영화[파묘]는 2024년 2월 22일에 개봉한 미스터리 공포물입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현재는 1,191만 명을 넘어섰는데,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이전에도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제작하며 한국형 오컬트라는 장르를 구축해 유명해졌습니다.

상영시간은 134분으로,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지만 끝까지 몰입감을 주어 지루하지 않게 끌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제목인 [파묘]의 사전적인 의미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냄’이라는 뜻으로, 줄거리 또한 무덤을 옮기며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는데,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처럼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직업들이 등장합니다.

LA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의뢰를 받은 무당 이화림(김고은)과 보조 윤봉길(이도현)은 원인 불명으로 울음을 그치지 않는 갓난아기를 만나게 됩니다. 화림과 봉길은 아기의 상태를 확인한 뒤, 조상 중 누군가가 묫자리가 불편해 난리를 치는 것이라며 거액의 돈이 걸린 파묘를 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장례지도사인 고영근(유해진), 지관인 김상덕(최민식)과 함께 의뢰받은 무덤으로 향하는데, 그곳은 악지 중에 악지로 무덤과 상극이라는 여우까지 무리 지어 있는 장소였습니다. 상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묘를 진행하게 되며 드러나는 끔찍한 진실과 함께 목숨을 걸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입니다.

한국형 오컬트를 만든 장재현 감독, 그는 누구인가?

[파묘]의 감독인 장재현은 영화감독이자 각본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습니다. 2009년 영화[인도에서 온 말리]를 시작으로,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의 각본과 감독을 맡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으며, 전주국제영화제, 디렉터스 컷 시상식, 2024년 제 6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감독상을 수상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영화 [파묘]의 각본을 쓸 때 자료조사를 위해 무속인들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정보를 얻었고, 1년에 한 번씩 태백산에서 지내는 큰 제에 동행하기까지 하며 열정 넘치는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디테일한 요소들까지도 현직 무속인들이 보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구현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작품에 굉장한 열정과 진심을 가지고 임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차기작들도 기대가 됩니다.

영화[파묘]를 보고 느낀 점

영화[파묘]는 영화 [타짜]처럼 시작될 장의 소제목을 키워드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1장 음양오행, 2장 이름 없는 묘, 3장 혼령, 4장 동티, 5장 도깨비불, 6장 쇠말뚝”

이 소제목들은 앞으로 펼쳐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데 꽤 친절한 연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니 몰입감이 확 살아나서 134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이전 작품인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보는 내내 불쾌한 느낌이 들었기에, 같은 감독의 작품인 [파묘]를 보는 데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굿을 하는 장면과 무덤 장면이 계속해서 나옴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아 재미있게 봤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이었는데, 큰 문제를 앞두고 무언가를 선택할 때와 결말에서 보여주는 인간미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정 情’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유 없이 모조리 죽이는 일본 귀신과 대비됨으로써 다시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생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물론 거액의 돈이 걸려 있기 때문도 있겠지만 아픈 아기를 위해 의뢰를 받자는 화림과 강경하게 반대하다가도 결국 동행하는 상덕의 장면, 갑작스럽고 불편할 수 있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며 국수까지 말아주던 보국사 보살, 미래의 손주들이 살 땅이기에 지켜야 한다던 상덕, 죽음을 각오하고 봉길을 위해 오니를 유인하는 화림 등 수많은 장면들이 결국 하나의 방향성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 장면까지 연결되는데, 상덕은 비즈니스 관계라고 칭했던 화림, 봉길, 영근을 딸 결혼식의 친인척 사진 촬영 때 부릅니다. 시작이 어찌 되었든 마음을 나누면 가족이 된다는 것은 한국인의 옛정서와 잘 어울리는 결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었지만 왠지 장재현 감독의 따뜻함이 느껴졌던 영화 [파묘] 리뷰였습니다.